내부적인 원인과 외부적인 원인이 함께 작용한 경우
욕창에 의한 패혈증
5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80세 남자로, 배우자의 간호를 받으며 주로 집안에서 지내고 있었다. 2주 전부터 엉덩이와 다리의 욕창이 심해졌으나 치료비가 없어 병원에 가지 않았다. 갑자기 의식이 저하되고 호흡곤란이 나타나 응급실에 이송되었으나 사망하였다. 내원 당시 시행한 혈액배양 검사에서는 Acinetobacter baumannii가 검출되었다고 하였다.

이 사례에서 의학적인 사망의 원인을 판단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사망의 종류는 사망의 법적인 측면을 분류한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실제로 비슷한 상황에서 의료진은 사망의 종류를 대부분 ‘병사’로 보는 반면 환자 측은 ‘외인사’를 주장하여 갈등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누워서 지내는 환자들은 폐렴이나 욕창 같은 감염성 질환이 발생하기 쉬우며, 심한 경우 이로 인해 사망하기도 한다. 사고나 외상으로 인해 이러한 상태가 되었다면 그 책임이 사고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모든 경우에 대해서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고가 책임 져야 할 악결과의 한계를 정하지 않으면 사고의 책임이 무한히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한계를 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준으로는 1)사고와 사망 사이의 시간적인 간격과 2) 증상의 고정과 그 지속기간이 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각 사건에서의 관련성을 다르게 판단하여야 사고의 책임을 과장하지 않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즉 사고후 나타난 증상들의 회복 또는 악화 속도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이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새로운 합병증이 생기거나 사망하였다면, 사고와 사망 사이의 관련성은 매우 낮거나 단절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의학적 지식과 더불어 법적인 관점과 다양한 경험을 필요로 한다.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자신의 의견과 그 근거를 진료기록부에 기록하고, 사망진단서는 ‘기타 및 불상’으로 발행하여 다른 전문가가 개입할 여지를 남겨 놓는 것이 좋다.